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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잡담

영어 교사를 해 보고 알게된 불편한 진신들

by 개발자 진개미 2021. 5.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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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달 전부터 영어학원에 출근해 영어교사로서 일하고 있다. 영어를 공부한지는 오래됐지만, 영어를 가르쳐 본 적은 없어서 굉장히 재밌는 경험이었다. 누군가를 책임감을 가지고 가르치는 건 처음이라, 느낀 것도 많고, 알게 된 불편한 진실들도 있다. 오늘은 그중 몇 가지를 공유해 보고자 한다.

 


영어 학원 선생님들은 일부 아이들을 포기하게 된다

처음 가르치는 일을 시작하게 되면 유독 말을 안 듣고 말썽인 아이가 있다. 처음 교사로써 일을 시작하게 되면 사명감도 있고, 열정도 있기 때문에 그런 아이들도 붙잡고 진도를 최대한 나가보고자 한다. 하지만 그런 아이들은 수업 분위기도 망치고, 선생님들도 통제하기 힘들기 때문에 조금씩 지치기 시작한다. 

 

많은 고민을 하겠지만 결국에는 그 아이를 포기하게 된다. 포기한다는 것은, 그 아이가 따라올려 하지 않아도 그냥 진도를 나간다는 것이다. 특히, 그 아이를 제외한 다른 아이들은 수업 태도가 나쁜 편은 아닌 경우라면, 결국 진도를 나가면 수업을 하는 것이기에 그 아이는 정답만 쓰게 하고, 다른 아이들에 집중하게 된다.

 

슬픈 진실이지만, 그 아이의 입장에서는 학원을 다니지만 도움은 거의 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선생님 입장에서도 하루에 쓸 수 있는 에너지가 한정되어 있는데 그 아이를 끌고 가는데 모든 에너지를 쓸 수도 없는 노릇이다. 

 

이런 아이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 내 생각에는 이런 아이들은 학원을 다닐게 아니라 과외를 받는게 좋을 거 같다. 과외는 아무래도 1대 1이다 보니 선생님이 그 아이에게 집중할 수도 있고, 이런 아이들은 친구들이 있으면 떠들지만 막상 혼자가 되면 얌전한 경우도 많기 때문에 과외가 훨씬 도움이 될 것이다.


아이들과 너무 친해지면 공부를 하기 싫어한다

물론 처음부터 말을 듣지 않는 아이들도 있었지만, 처음 채용돼서 수업을 시작할 때만 해도 대부분의 아이들은 얌전하고 수업 진도도 빨리 나가는 편이었다. 하지만 점차 아이들과 친해지면서 서스럼 없이 말하는 일들이 늘어나고, 그에 따라 수업을 하기 싫다는 불평불만이나, 수업 중 딴짓이나, 떠드는 일들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심지어는 수업을 아무 불평없이 나가던 얌전한 아이들조차도 친해지니 점점 불평불만을 하기 시작했다.

 

사실 생각해보면 당연한 일인거 같기는 하다. 소수의 아이들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아이들은 기본적으로 공부를 하기 싫어한다. 하지만 선생님과 거리감이 있으면 그런 심정을 쉽게 표현할 수 없고, 또 공적인 분위기에선 조금 더 격식을 차리게 되므로 친해져서 그런 게 옅어지기 시작하면 자연스럽게 공부를 하기 싫어하는 거 같다.

 

어쩌면 이게 가족이나 친구끼리 뭔가를 가르치는게 불가능한 이유인지도 모른다. 진지하게 뭔가를 배우기 위해선 어느 정도 공적인 관계가 형성돼야 하는데, 누구보다 친하고 사적인 사람들로부터 무언가를 진지하게 배우는 일은 굉장히 어려운 거 같다. 그게 영어 교사의 아이들이 어째선지 영어를 못 하는 경우가 많고, 피아노 교사의 아이들이 피아노를 싫어하는 이유일까?


주위에 어떤 아이들이 있느냐에 따라 아이들의 수업 태도가 달라진다.

 

친구가 중요하다는 것은 상식으로 알고 있지만, 다른 사람의 눈에서 객관적으로 그 사실을 확일할때의 충격은 확실히 있다. 매일 수업을 하기 싫어하고 산만했던 아이가 같은 반 한 친구의 결석날에는 새삼 얌전할 수가 없다. 초등학교나 중학교때의 아이들은 행동을 할 때 친구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주위에 어떤 친구가 있느냐에 따라 행동이 달라지는 경우가 많은 거 같다.

 

그렇다고 부모님이 친구관계에 간섭하는것도 어렵겠지만, 적어도 학원은 친구끼리 안 보내는 게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학년이 높아짐에 따라 이런 경향이 점점 옅어지지만 초등학생과 중학생은 확실히 친구들에게 영향을 많이 받고, 특히 분위기를 흐리는 친구가 있으면 전반적인 수업 분위기가 엉망이 돼서 통제하기 힘든 경우가 많다. 


마치며

굉장히 부정적인 얘기만 한거 같지만, 사실은 이 일을 하면서 꽤 만족하고 있다. 아직 20대지만, 10대들도 상호작용하며 세대차이를 느끼 기고하고, 가르치는 일이 주는 만족감도 있다. 다만, 다시 다른 곳에서 영어교사로 일하게 된다면 위와 같은 사실들을 알고 가면 더 잘할 수 있을 거 같은 느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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