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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 넥서스: 역사에 대한 신선한 관점으로 본 AI와 인류의 미래

by 개발자 진개미 2025. 4.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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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점: 5 / 5 ( ★★★★★)

 

최근 2년간 읽은 책 중에 가장 좋았습니다. 

처음에는 역사학자가 무슨 AI에 관해서 얘기하나 싶었지만, 막상 다 읽고 나니 인류의 복잡한 역사를 일리 있고 재미있는 통찰로 바라보고, 이를 바탕으로 AI와 AI가 바꿀 사회를 풀어내서 재밌었습니다.

저는 무엇보다 큰 그림에 대한 통찰을 주는 책을 굉장히 좋아했는데 넥서스가 이런 제 취향을 저격했습니다. (유발 히라리의 책은 여태까지 다 취향 저격이긴 했지만...)


요약

정보에 대한 순진한 관점에서 벗어나서 복잡한 정보관으로 인류의 역사를 바라보면,
AI가 여태까지의 기술과는 근본적으로 다르고
조심하지 않으면 민주주의/권위주의 정부를 가리지 않고 인류의 멸망을 불러 올 수 있다!

 

저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 특히 기술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흔히 당연하듯이 믿는 사실이 있습니다. 바로 정보를 최대한 많이 제공하면 자연스럽게 진실이 드러날 것이라는 겁니다. 이를 순진한 정보관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이 믿음은 역사적으로 반례가 너무 많은 근거가 없는 믿음입니다.

이와는 달리 복잡한 정보관은 정보를 굉장히 복합적으로 봅니다. 복잡한 정보관은 정보는 현실을 재현하고, 진실에 다가가는 역할만 하는 게 아니라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것도 할 수 있는 2가지 역할이 있다고 봅니다. 이게 무슨 말이냐 하면, 사실 우리가 믿는 많은 정보들은 객관적인 현실로서의 진실이 아닙니다. 유발 히라리의 사피엔스라는 책에서도 다른 내용이긴 한데, 아래의 것들을 생각해 보면 사실 인류가 공통으로 믿는 정보지만 객관적인 현실은 전혀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습니다.

  • 국가
  • 종교
  • 화폐
  • 헌법을 포함한 법률
  • 기업, 기업 문화

하지만 이런 정보들이 객관적인 현실을 나타내지는 않더라도 인간 사회를 결속 시키고 다른 동물 종들은 할 수 없는 대규모의 협력을 가능하게 합니다. 인간이 만든 모든 시스템은 결국 대규모 협력을 가능하게 하기 위해 존재하는데, 대규모 협력을 가능하게 하려면 정보를 잘 처리하고 이를 바탕으로 우리가 필요한 것들을 만들어야 합니다. 그리고 역사적으로 존재하는 모든 시스템은 얼마나 이런 정보 처리를 잘하고 사람들을 결속시키냐에 따라서 우위가 결정됐습니다. (이런 곳에서 일부 사람들은 유발 히라리가 너무 역사를 마르크스주의적 관점에서 본다고 비판하기도 하고 저도 어느 정도 맞는 말이라고는 생각하지만 유용한 추상화에 가깝지 않나 싶습니다.)

아무튼, 인간을 결속 시키는 시스템 (민주주의, 권위주의, 종교 등)은 2가지 성질이 있고, 이 성질을 적절히 조화시켜야 합니다.

  1. 얼마나 객관적 진실을 추구하는가
  2. 얼마나 구성원을 결속 시킬 수 있는가

일단 객관적 진실을 추구하는게 무조건 좋은 건 아닙니다. 객관적 진실은 굉장히 복잡하고, 네트워크 구성원들을 결속시키는 방향만 있지 않기 때문에 객관적 진실을 너무 추구하면 네트워크가 약해집니다. 예를 들어 한국인이라는 개념은 객관적인 진실의 눈에서는 말도 안 되는 허구입니다. 유전으로 구분한다고 치면 역사적으로 너무 많은 DNA가 각국에서 섞였고, 사는 지역으로 구분한다고 치면 국적을 유지한 채 외국에 나가면 한국인이 아닌가 싶고, 단순히 문서상으로 한국인이면 한국인이라고 치면... 그럼 문서가 타면 한국인이 아니라는 거니 당연히 객관적인 현실이 아닙니다. 하지만 한국이라는 정체성 때문에 (여기에 미국인, 중국인, 일본인, 러시아인, 영국인 등 아무 나라나 넣어도 똑같습니다.) 생판 타인들끼리 어느 정도 배려하며 협력합니다. 즉, 네트워크 결속력이 강해집니다.

반대로 객관적 진실은 묵살하고 네트워크 결속력만 강화한다고 좋은 건 아닙니다. 다른 객관적 진실을 더 추구하는 네트워크가 객관적 진실을 바탕으로 더 뛰어난 기술들 (무기들)을 만들어서 우리 네트워크를 멸망시킬 수 있기 때문입니다.

추가로 이런 정보 시스템은 기술의 발전과 함께 더 단단해 져 왔습니다.

  • 기록물의 발명은 상호주의적 현실을 크게 확장했고, 문서를 분류하고 검색할 수 있게 됨으로써 정보 시스템의 처리 능력을 크게 높였습니다.
  • 라디오나 TV의 발명은 정보를 쉽고 빠르게 여러 곳에 전달할 수 있게 함으로써 대규모 민주주의, 대규모 권위주의를 처음으로 가능하게 했습니다. (그전에는 민주주의라고 해도 한 도시에 굉장히 소규모로, 권위주의 제국이라고 해도 조금만 시골로 나와도 황제의 영향력은 없었습니다. 기술이 없으니...)

하지만 AI는 이런 기술들과 근본적으로 다릅니다. AI 이전의 기술들은 (컴퓨터를 포함해서) 매개체의 역할만 했지 정보를 가공하고 어떤 정보를 전달할지 최종적으로 결정하는 건 인간이었습니다. 하지만 AI는 인간이 모르는 특정 기준으로, 목표만 충실히 따라서 행위자로써 결정을 합니다.

이게 앞으로의 인류 역사에 어떤 영향을 끼칠까요? 민주주의, 권위주의에는 어떤 영향을 끼칠까요? (여기 부분이 굉장히 맛있습니다.)


감상

읽는 내내 지적으로 자극됐습니다. 600 페이지에 달하는 상당히 긴 책임에도 불구하고 전혀 길게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어떤 책들은 하고 싶은 얘기가 200 페이지가 되지 않는데 어쩔 수 없이 분량을 맞추기 위해 늘리는 느낌이 드는 책들도 있는데 넥서스는 정말 해야 할 얘기가 600 페이지여서 600 페이지가 된 느낌입니다.

저는 학창 시절에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고 역사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역사를 공부할 때마다 거의 고문에 가까운 느낌이 들었을 정도입니다. 그런데 이 책에서 언급하는 역사적 사건들은 하나의 거대한 담론의 렌즈로 (역사의 여러 사건들을 복잡한 정보관 기반 네트워크들의 다툼으로 보기) 바라보니깐 너무 흥미롭게 느껴졌습니다. 역사를 싫어하셨던 분들께도 강력히 추천드립니다.

이 책 자체의 인사이트도 너무 마음에 들었지만 이 책이 여러 역사적 사건들과 철학적 이론들 (역사의 마르크스주의적 관점, 의무론/공리주의 담론 등)에 관심을 가지게 한 점도 좋았습니다. 이번 연도에는 이런 부분들에 관한 책들을 더 읽어 볼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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