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과학

진화론은 정말 사실일까?

by 개발자 진개미 2021. 4.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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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과학시간에 짧게 진화론을 배우지만 비중 있게 다루지도 않고 특별히 관심이 있지 않는 이상 대충 넘어가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래서 그런가 진화론을 생각하면 막연히 원숭이가 갑자기 진화해서 사람이 된다고 하는 게 진화론이라 생각하곤 합니다. 과학자들이 맞다고 하니 그려려니 하는데 이게 말이 되나 싶습니다. 하지만 진화론은 전혀 그런 것이 아니고, 차근차근 배워 보면 매우 논리적이고 압도적인 증거가 그 사실을 입증하고 있는 과학적 이론입니다.


과학자들이 생각하는 진화론

과학자들이 믿는다고 무조건 사실이라고 확신할 수는 없습니다. 과거에 과학 커뮤니티가 합의한 내용이 시간이 지나면서 아니라고 판명된 사례도 충분히 있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과학자들이 맞다고 생각하는 이론들은 다른 어떤 집단이 맞다고 생각하는 것보다 신뢰도가 높은 건 사실입니다.

특히 진화론은 과학자와 일반대중의 인식이 가장 다른 과학적 이론 중 하나입니다. Pew Research Center의 조사에 따르면, 과학자들 중 98%는 사람을 비롯한 모든 생명체가 진화했다고 생각합니다. 그에 반해 미국 일반대중은 76%만 그렇게 생각합니다.

과학자들의 98%는 사람을 비롯한 생명체가 진화했다고 생각했다. (출저: Pew Research Center)

 

과학자들이 이렇게까지 진화론을 사실이라고 믿는 이유는 뭘까요? 그 이유는 크게 2가지라 할 수 있습니다.

  1. 증거들이 넘쳐나기 때문에
  2. 생물학적 현상의 원인을 밝혀낼 수 있기 때문에

 

먼저 넘쳐나는 증거는 뒤에서 알아보고, 생물학적 현상의 원인을 밝혀낼 수 있다는 말이 무슨 말일까요?


진화론은 생물이 왜 이렇게 돼 있는지 답할 수 있다

어니스트 러더퍼드라는 물리학자는 이런 말을 남겼습니다.

물리학을 제외한 과학은 우편수집에 불과하다

 

이 오만하게 보이는 말의 의미가 뭘까요?

물리학은 일반적인 법칙으로 여러 현상의 원인을 설명합니다. 그와 달리 화학, 생물학, 지질학 등의 과학은 현상을 분류하고 특징을 서술하지만(우편수집) 그 원리나 원인은 항상 물리학에 의존했습니다. (특히 화학이 그렇습니다.) 하지만 진화론은 다릅니다. 진화론은 여러 생물의 현상들을 설명할 수 있습니다.

  • 인간에게 왜 흔적기관(꼬리 뼈, 사랑니 등)이 있을까?
  • 왜 지구상의 대부분의 생명체는 발달 상태에서 (태아) 비슷한 형태를 띠고 있는지?
  • 인간의 심리는 왜 특정 형태로 돼 있는지? (진화 심리학)

 

상어, 도마뱀, 닭, 돼지, 인간의 태아 발달. (출저: Britannica)


진화론이 정확히 뭘까?

진화론의 가장 큰 오해는 진화가 개별 개체에서 일어난다는 겁니다. 그니깐 보통 사람들이 진화론을 상상하면 기린이 높은 곳의 먹이를 먹으려고 계속 노력하다 보니 목이 점점 길어졌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건 오해입니다. 진화는 절대 개별 개체에서 일어나지 않습니다. 진화는 한 종의 유전자 전체에서 (유전자풀) 그 환경에 적합한 유전자가 점점 더 늘어나는 현상을 말하는 겁니다. 즉 진화는 개개인인 철수, 영희 한 명한테 일어나는게 아니라 인간이라는 종 전체에 점점 생존에 더 유리한 특정 유전자가 (생존 확률이 더 높기 때문에) 더 많이 남게 되는 현상을 말하는 겁니다.

예를 들어 아마존에 어떤 곤충이 있다고 해 보겠습니다. 이 곤충은 대체로 검은색이지만 가끔 파란색 빛날을 띄는 애도 있고, 초록 빛을 띠는 애도 있습니다. 여기서 아마존은 초록 색의 나무들로 가득 차 있기 때문에 초록색인 개체들이 포식자(새, 다른 곤충 등)들로부터 살아남을 확률이 더 높습니다. 이 상황에서 점점 시간이 지나면 점점 검은색이나 파란색 빨간색의 개체들은 포식자들의 눈에 상대적으로 더 띠어 더 많이 잡아 먹히고, 초록색의 개체들은 상대적으로 그럴 확률이 더 낮아 더 오래 생존해 자손을 남깁니다.

 

여기서 알 수 있는게 진화에는 3가지가 필요하다는 겁니다.

  1. 유전되는 형질: 곤충의 색이 유전되는게 아니라 랜덤으로 나타난다고 하면 초록빛을 띠는 개체가 더 많이 살아남는다고 해도 전체 유전자풀에서 그 특성이 늘어나지 않습니다.
  2. 유전적 다양성: 곤충의 색이 어느 정도 랜덤으로 달라지는 다양성이 있지 않고 무조건 똑같은 색으로 태어난다면 진화가 일어날 수가 없습니다.
  3. 환경: 풀이 초록색이라는 환경이 선택압을 주지 않는다면 (예를 들어 풀이 없다면) 색이 다른 벌레들 사이에 생존 확률이 다르지 않으니 진화도 일어나지 않습니다.

 

이러한 작은 진화들이 쌓이면 같은 종에서 출발한 객체라 하더라도 교배할 수 없을 정도로 유전자풀이 달라지게 됩니다. 이 현상이 바로 새로운 종이 탄생하는 과정이 입니다. (애초에 종의 정의 자체가 서로 교배할 수 있으면 같은 종 할 수 없으면 다른 종입니다.)


진화론의 증거들

진화론을 과학자들이 믿는것도 알겠고, 어떤 원리로 일어나는지도 알았습니다. 하지만 과학은 논리적이라고 끝나지 않습니다. 증거야 있어야죠! 진화론을 입증하는 증거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 1 - 화석

화석이 진화론의 증거로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화석은 진화론의 가장 강력한 증거 중에 하나입니다. 인간이 진화해오지 않았다면 어째서 유인원이 점점 인간의 형태로 되는 화석이 시간 순서대로 존재할까요? 진화론이 거짓이고 인간이 진화하지 않았다면 이런 화석이 존재할 이유가 부족합니다. 인간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생명체는 현재는 존재하지 않지만 진화 과정이라고 생각될 화석이 존재하고, 게다가 그 화석이 하나도 빠짐없이 시간 순서대로 존재하니, 화석은 진화론을 지지하는 강력한 증거중에 하나입니다.

 

🐜 2 - 실험 결과

진화론은 실험될 수 없다고 흔히 생각됩니다. 실제로 큰 범위의 진화는 인위적으로 선택압을 넣어도 시간이 엄청 오래 걸리기 때문에 실험이 어렵습니다. 하지만 생물의 특성을 인위적으로 바꾼 실험을 굉장히 많습니다.

  • 대장균 장기 진화 실험
  • 은여우 길들이기
  • 육종
  • 강아지들의 종

이와 관련해 굉장히 재미있게 읽은 책도 소개해 드립니다.

 

📖 은여우 길들이기: 과학적 발견이 이루어지는 과정의 드라마

평점: 5 / 5 ( ★★★★★) 사실 5점으로도 부족한 느낌입니다. 비문학을 읽으면서 이렇게 감정적인 동요가 일어나고 몰입하는 경험은 처음이었습니다. 우리가 과학책에서 가볍게 읽고 넘기는 1줄

jinkpark.tistory.com

 

🐜 3 - 유전학적 증거들

인간이 여류에서 진화하지 않았다면 인간과 어류가 이토록 많은 유전자를 공유할 이유가 없습니다. 당장 인간과 침팬지는 겉으로도 그렇고 기능적으로도 많이 다른데 유전 정보는 90% 이상 공유하고 있다는 것만 봐도 인간과 침팬지가 공동 조상을 가지고 있다는 이론을 뒷받침해 줍니다. 사실 과학자들은 단순히 이런 지엽적인 사실로 진화론의 증거라 말하진 않지만 저는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자세한 건 진화론을 다룬 책 (Why Evolution is true by Jerry A. Coyne 등)을 참고하면 좋습니다! 


진화론에 대한 오해들

🐜 1 - 진화론은 이론일 뿐이다?

진화론이 이론일 뿐이라는 것은 일상생활에서 말하는 이론과 과학에서 말하는 이론의 정의가 다르기 때문에 생기는 오해입니다.

일상 생활에서 우리가 이론이라고 하면 아직 확실하진 않지만 뇌피셜로 말한 논리라는 뜻이지만, 과학에서 이론이라는 말은 모든 증거가 가설을 지지할 때 쓸 수 있는 말입니다. 자세한 건 과학을 다룬 글을 참고해 주세요.

 

과학이란 무엇일까?

현대사회는 과학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학교에서 많은 시간을 과학을 배우는데 쓰지만, 정작 과학이 뭐냐고 물어보면 말문이 막히는 경우가 많다. '과학적'

jinkpark.tistory.com

 

🐜  2 - 진화론은 반박할 수 없는 이론이다?

진화론은 반박될 수 있습니다! 당장 시대에 맞지 않는 중간 과정의 화석이 하나라도 나오면 진화론을 처음부터 다시 쌓아야 합니다. 하지만 일부 강성 종교론자들의 주작과 주장을 제외하고는 그런 사례가 없습니다.

 

🐜 3 - 우리가 원숭이의 자손이라면 왜 원숭이는 아직 존재할까?

일단 우리는 원숭이의 자손이 아닙니다. 인간과 원숭이는 공통조상을 공유하고 있을 뿐입니다. 하지만 설령 맞다고 해도, 인간이 원숭이로부터 진화했다고 해서 원숭이가 없어질 이유는 없습니다.. 앞서 설명했듯 진화는 같은 종이 다른 환경에 오랫동안 노출되면서 유전자풀에 환경에 더 적합한 유전자가 늘어나는 과정을 말합니다. 이 과정에서 원래 있던 종이 없어질 이유는 전혀 없습니다.

이건 마치 미국 피자는 이탈리아 피자에서 왔는데 (진화했는데) 왜 이탈리아에는 아직도 이탈리아식 피자가 있냐고 따지는 것과 비슷합니다. 이탈리아에 있는 피자를 만들던 이탈리아인들이 미국으로 이민 가서 미국인 입맛에 맞게 피자를 점점 바꾸다 보니 미국식 피자가 된 건 맞는데, 그렇다고 이탈리아인들의 입맛에 잘 맞는 이탈리아 피자가 사라질 이유는 전혀 없습니다. (이탈리아라는 나라가 멸망해서 모두 미국으로 이주하지 않는 이상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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