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가 문제야?
- 🐥 닭은 🥚달걀에서 태어납니다.
- 하지만 🥚달걀은 🐥 닭이 낳습니다.
- 그럼 계속 앞으로 가서... 최초의 🐥 닭은 어디서 태어났을까요?
- 최초의 🥚달걀은 어떤 🐥 닭이 낳았을까요?
- 🐥 닭이 먼저일까요 🥚달걀이 먼저일까요?
이 문제는 사실 과학적인 답이 있다
많은 분들이 이 질문에는 명확한 답이 없다고 합니다. 사실 답이 없긴 합니다. 하지만 명확하게 답이 없다는 답이 있습니다. (❓)
답은... 어느쪽도 먼저가 아니다
하지만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2가지 선수 지식이 있어야 해서 먼저 이걸 이해하기 쉽게 알려 드리겠습니다.
- 본질주의 (Eseentialism)
- 진화론 (Evolution Theory)
본질주의 (Essentialism)
모든 것이 그 특징을 나타나게 하는 본질을 가지고 있다는 생각.
사람들은 세상을 있는 그대로 보지 않습니다. 세상은 사실 애매하고 명확하게 정해져 있지 않습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많은 것을 일시적인 상황이나 명확하지 않은 정의에 의한 것보다 본질적인 것이라고 믿는 경우가 많습니다.
어른과 아이를 생각해 보세요. 어른과 아이는 다릅니다. 하지만 아이는 언제 어른이 될까요?
- 누군가는 법정 연령이라 답할 겁니다. 근데 법정 연령은 나라마다, 시대마다 다르지 않나요? 그럼 아이/어른은 마음대로 정할 수 있는 걸까요?
- 누군가는 감성적인 답을 할 지도 모르겠습니다. 🍻술을 달게 마실 때 비로소 어른이 되는거야~ 하지만 매일 1분 마다 술을 마시고 달게 느낀 순간을 측정할 수 있을까요? 애초에 달다는 어느 정도의 기준일까요? 막걸리 같은 술은 다른 술에 비해서 더 단데 어떤 술을 기준으로 해야 할까요?
그렇다고 어른/아이가 차이가 없는건 아닙니다. 둘은 분명히 다릅니다. 하지만 어른과 아이에 어떤 본질이 있다고 생각하고 이걸 명확히 정의 내리려 하거나 구분 지으려고 하면 순식간에 무너집니다.
이걸 보고 에이~ 누가 저렇게 생각해라는 반응이실 수 있지만, 사실 본질주의는 사람이 자연스럽게 생각하는 방식에 매우 가까워서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항상 본질주의 적인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 성격이라는 분류 자체가 본질주의적입니다. 어떤 사람은 "소심"하고, 어떤 사람은 "리더십" 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상황이나 컨디션, 경험에 따라 성격은 유동적으로 변합니다. 아무리 밝은 사람도 몇 년 째 취직이 안 되면 일시적으로 우울한 성격이 될 수도 있고, 리더십이 없던 사람도 자신이 정말로 원하는 것을 이루기 위해서는 리더십을 발휘할 수도 있습니다. 성격은 어떤 사람의 특정 상황, 특정 시점의 행동 경향을 그 사람의 본질과 연결 시키는게 아닐까요?
- 우리는 어린 아이들이 특정 분야에 관심을 가지면 거기에 관심이 있는 아이라는 본질로 순식간에 가둬 버립니다. 잘 하는 사람을 보면 당연하게도 그 사람은 저 분야에 재능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 사람의 행동이나 환경이 아니라, 그 사람의 특성/본질이 그 분야를 잘 하는 것이라고 정하는 겁니다.
- 과학적인 개념도 예외는 없습니다. 물질의 상태도 비슷합니다. 어떤 물체가 액체/고체/기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물질의 상태는 그렇게 딱 나눠 떨어지지 않습니다. 그래서 플라즈마 (Plasma)나 초임계 유체 같은 중간/그 외 상태가 계속 나옵니다.
진화론 (Evolution Theory)
다음으로... 진화입니다. 흔히 진화라는 말을 들으면 포켓몬이나 디지몬의 진화를 상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진화론에서 말하는 진화는 아예 다릅니다. 진화는 절대 개별 개체에서 일어나지 않습니다. 진화는 종 전체의 유전자 풀에서 특정 유전자가 환경에 적응해 더 많아지는 현상을 말합니다. 오케이 스탑! ⛔ 찬찬히 설명 들어가겠습니다.
기린을 상상해 보세요. 기린을 어떻게 진화했을까요?
- 보통의 동물은 목이 저렇게 길지 않습니다. 목이 길면 단점이 너무 많기 때문인데요.
- 당장 호흡에 필요한 장기들은 몸에 있는데 몸과 머리가 저렇게 머니 에너지가 매우 많이 듭니다.
- 뿐만 아니라 저렇게 긴 목은 부러지기도 쉽습니다.
- 하지만 대부분의 동물은 목이 짧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짧은 목으로 도달 가능한 먹이들만 먹을 수 있습니다.
- 여기서 진화가 일어납니다. 기본적으로 모든 생물 종은 유전자에 다양성이 있습니다.
- 기린의 조상도 어떤 기린은 눈이 조금 다른 색이고, 어떤 기린은 목이 조금 깁니다. 많이 길 필요도 없습니다. 10%만 길다고 해도 그 만큼 높은 먹이를 도달하기 유리해 집니다.
- 여기서 시간이 점점 지나면 선천적으로 목이 조금 긴 기린들이 먹이를 먹기에 더 유리하고, 따라서 생존에 더 유리하고, 따라서 번식에 더 유리합니다.
- 시간이 매우 많이 지나면 기린의 전체 유전자에서 선천적으로 목이 긴 애들의 비율이 많아지겠죠? 이 현상이 진화입니다.
여기서 얻을 수 있는 닭 vs. 달걀 논쟁에 중요한 교훈이 2가지 있습니다.
1 - 진화는 개별 개체가 아닌 종 단위에서 일어납니다.
그 어떤 기린도 목이 짧게 태어났는데 죽을 때는 더 길어지지 않았습니다. 모든 기린은 태어난 유전자 그대로 죽었습니다. 하지만 특정 유전자가 특정 환경에서 생존에 더 유리했고, 그래서 종 전체의 유전자를 봤을 때는 (멋있는 말로 이걸 유전자 풀이라고 합니다.) 목이 길다라는 성질을 가진 기린 유전자의 비율이 증가했습니다.
2 - 유전자 풀의 변화는 엄청 천천히 일어납니다.
기린이라는 종의 진화를 외부에서 보면 초반에는 어? 쟤네들은 목이 좀 더 긴거 같기도 하고? 정도의 반응일 겁니다. 아마 여기서는 원래 기린의 조상과 교배해서 아이를 갖는 것도 가능하겠죠. 하지만 시간이 계속 지나서 우리가 아는 목이 확연히 긴 기린과 목이 짧은 기린 조상이 있다면 아마 두 개체는 유전자 풀이 너무 달라져서 교배해서 아이를 낳는게 불가능할 겁니다. 즉, 다른 종이 된 겁니다.
이제 진화론과 본질주의를 짬뽕해서 🐥 닭 vs. 🥚 달걀 논쟁을 답해보자
- 닭도 당연히 다른 생물체로부터 진화했습니다.
- 닭 vs. 달걀 논쟁을 잘 생각해 보면 이건 결국 닭이라는 종이 탄생하는 순간이 어땠는지 묻는 질문입니다.
- 하지만 생각해 보세요. 진화는 매우 점진적으로 일어납니다. 기린이 진화할 때랑 똑같습니다. 아이가 어른이 되는 순간이랑 똑같습니다. 결국 닭은 현재의 모습으로 진화했지만 전 세대는 닭이라는 종이 아니였는데 그 다음세대는 닭이 된 순간은 없습니다.
- 애초에 닭이라는 종의 정의가 명확하지 않습니다. 생물학적 종의 정의는 교배가 가능하고, 교배로 태어난 자손도 교배가 가능하면 같은 종 입니다. 하지만 이 정의 자체가 굉장히 자의적입니다. 왜 자손의 번식 가능성에서 멈출까요? 자손의 자손이면 안 될까요? 만약에 자손이 번식 가능한데... 항상 그런건 아니고 확률적으로 그러면 어떨까요? 이 모든 건 있을 수 있는 가능성입니다. 번식이 불가능하게 되는 기준 자체가 유전자 풀이 일정 수준 이상 달라지는 것인데, 유전자 풀의 변화는 매우 연속적이기 때문입니다!
- 이 모든 건 닭이라는 종의 본질이 있다는 생각에서 나옵니다. 하지만 슬프게도 세상은 본질로 묘사하기에는 너무 복잡합니다.🥺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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